게르 지역의 니즈를 충족하는 공공 공간'을 디자인하라!


2020-11-09

 

게르 지역의 니즈를 충족하는 공공 공간'을 디자인하라!

 

넥슨재단과 몽골의 게르허브의 인연이 2년을 넘어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등의 이유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한국과 몽골을 화상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게르허브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게르우데(Gerude)’ 3기 이노베이션 펠로우(Innovation Fellow)들과 그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몽골은 교육열이 매우 높지만, 토론식 수업에 익숙하지 않다. 예전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가, 수줍어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학창 시절 우리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브릭으로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며 그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동안 그들은 결코 수줍지 않았다. 반짝거리는 눈빛이 화상을 넘어 전해졌다. 

 

펠로우들은 보통 15살 내외.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주변 친구나 선배들이 이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보고 좋아 보여서 참여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팀으로 활동하다 보니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브릭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재미있다.”“학교에서 사귈 수 없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 좋다.” “우리 동네에 있는 문제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 수 있어서 좋다.” “브릭으로 솔루션을 디자인할 수 있는 방식이 좋다.”라고 저마다의 생각을 말했다.

 

브릭으로 만든 휴대폰 거치대

 

세 번째 펠로우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팀을 나누어 '게르 지역의 니즈를 충족하는 공공 공간'을 디자인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 넥슨재단에서 제공한 브릭을 적극 활용했다. 아이들이 브릭으로 만든 공간을 함께 살피며 어떤 공간인지, 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첫 번째 팀은 무엇을 만든 건가요? 

 

몽골에는 커뮤니티 센터라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주민 대다수가 오랫동안 유목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을 공동체라는 것은 낯선 개념이죠.  저희는 주민들이 모여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 센터에서 어떤 걸 제공해줬으면 좋겠냐’는 설문조사를 했고요.  그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교육 활동’ 이었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또래인 12세-19세 학생들을 타깃으로 교육과 재미,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커뮤니티 센터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우선 전체적으로는 꽃 모양으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각각 꽃잎마다 키친, 체육관, 영화관 그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주민들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데, 교통비와 티켓값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걸 설문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체육관도 게르 지역에 없지만 꼭 필요한 시설 중 하나라서 커뮤니티 센터에 넣어봤고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나누며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이 곳에서 안전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꿈을 담아보았습니다. 

 

꽃 모양의 청소년 커뮤니티 센터

 

 

두 번째 팀 소개해주세요. 

 

저희 팀 이름은  ‘판게아.’ 입니다. ‘UNITED(하나된)’이라는 의미예요. 지금 보여드리는 건 초기 버전의 설계라는 점 감안하고 봐주세요.

 

무엇을 만든 건가요?

 

저희가 만든 건 놀이터입니다. 보통의 어린이 뿐만 아니라 장애 어린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팀 이름이 ‘판게아’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든 연령대 어린이와 장애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고요, 휠체어를 그대로 탑재할 수 있는 그네를 만들어보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님들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어요. 또 길바닥의 돌멩이들을 모아서 벽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길에 뒹굴고 있는 돌을 치워 거리를 정비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세 번째 팀은 물방울 모양이네요? 

 

네, 워터 키오스크(Water Kiosk; 공공 급수 시설) 입니다. 게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급수’ 입니다. 계속적인 노력을 하지만 해결이 잘 안되고 있는 문제이지요.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겨울에는 수도 파이프가 터져 땅 위로 물이 넘치고 얼어붙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미끄러져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하고요. 해결하고 싶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저희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간은 2달 정도로 제한적이어서요, 한 가지에만 집중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집중했나요? 

 

물을 받아 가는 사람들 중에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을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우선 물방울 모양으로 키오스크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요. 카드를 이용해 쉽게 물을 받을 수 있는 카드시스템도 설치해보았어요. 또한 대부분 급수 시설이 대로변에 있어서 위험합니다. 급수시설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주변 환경을 안전하게 정비했어요. 먼길 올 수 없는 사람을 위해 급수 차량도 준비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공공 급수 시설

 

네 번째 팀은 어떤 걸 만들었나요? 

 

도서관이에요. 울란바토르에는 12개의 도서관이 있지만 시설이 너무 구식이고, 오래된 책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청소년들은 잘 가지 않습니다. 특히 게르 지역에는 도서관이 하나도 없어요. 청소년들에게 독서는 매우 중요하기에, 아이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을 게르 지역에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떤 도서관을 꿈꾸나요? 

 

몽골의 도서관들은 대부분 장르 구분을 안 해두었어요. 저희는 장르별로 책을 잘 구분해서 책을 접하기 쉽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채광을 좋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외벽을 무지개색으로 칠해, 저희 또래가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밝고 화사한 곳에서 책을 읽으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번째 팀의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레드, 오렌지, 옐로우 세가지 컬러로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우리 동네 놀이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따뜻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주선을 형상화한 미끄럼틀과 벽이면서 동시에 놀이 기능도 하는 시설물도 만들었어요. 지금도 놀이터는 곳곳에 있지만 대부분 시설물이 낡고 컬러가 예쁘지 않아요. 그리고 게임적인 요소도 없고요.  2세-10세 아이들의 마음에 쏙 드는, 놀고 싶은 놀이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따뜻한 컬러로 구성한 놀고싶은 놀이터

 

우리의 대화는 몽골어-영어-한국어를 넘나들며 진행되었다. 세 가지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조금 복잡한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더 잘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화상 미팅이 끝난 후, ‘게르우데' 담당자는 메일을 보내 “학생들에게 아주 색다른 경험이었다.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 화상으로 미팅하는 것 모두 학생들은 처음 하는 경험이었으며, 3개 국어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과정이 몹시 흥미진진해 어떤 아이들은 숨이 막힐 정도였다고 감탄했다.” 고 말했다. 

 

우리 역시 그랬다. 프로젝트는 2달 동안 진행되고, 우리가 학생들과 만난 시점은 이제 겨우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여준 중간 결과물은 놀라웠다. 학생들은 게르 지역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센터, 급수시설, 놀이터, 도서관 등 게르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렷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브릭으로 만든 공간을 살펴보며 그들의 설명을 듣는 동안 실제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졌다. 

 

2달 후 프로젝트가 끝난 뒤 나온 결과물이 얼마나 근사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이 학생들이 더 자라 그 사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에 대한 기대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게르 지역의 밝은 미래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게르우데(Gerude)’ 3기 이노베이션 펠로우(Innovation Fellow)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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