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와 '마당 놀이'의 운명적인 만남


2021-12-02

 

'바람의나라'와 '마당 놀이'의 운명적인 만남

보더리스 공모전 결선 진출팀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 박도현 지휘자 인터뷰

 

넥슨재단은 올해 ‘제1회 보더리스 공모전’을 개최했다.

 

첫번째 공모전 주제는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 가장 거리가 멀고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두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통해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공모전 주제를 정했지만, 너무 과감한 건 아닌가, 과연 이 주제에 공감하고 참여할 팀이 있을까, 어려운 과제는 아닐까. 내심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통예술계의 반응은 뜨거웠고, 치열한 1,2차 심사를 거쳐 결선에 3팀이 진출했다.

 

결선에 진출한 ‘현대연희 prototype21(프로토타입21)’,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 ‘BOSS5(보쏘)’ 세팀은 내년 초에 있을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며 쇼케이스 후 최종 한 팀이 선정되어 본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성이 전혀 다른 세팀을 만나, 공연과 게임, 전통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선에 진출한 세 팀 중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를 만나보았다. ‘플레이 오케스트라'는 플레이 오케스트라’는 전통 예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조차 놀랄 정도로 쟁쟁한 멤버들이 모인 팀이다. 오래 전부터 게임과 전통 음악을 접목시키는 공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는 박도현 지휘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는 "운명적이다"였다. 

 

> 팀 이름 :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

> 작품명 : ‘마당놀이’ 플레이-‘판’소리 : 바람의나라

> 활용 IP : 바람의나라

> 팀원 : 최용석 (극작가) 장석진 (작곡, 일렉트로닉스) 박도현 (연출 및 지휘) 유선후 (안무) 임정호 (영상) 백현호 (배우) 강응민 (배우) 서어진 (배우) 최진석 (타악) 백현정 (가야금) 김모래 (거문고) 심정은 (바이올린) 권희정 (바이올린) 박미리 (비올라) 강찬욱 (첼로) 유수곤 (작창)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 란 이름의 의미부터 여쭤볼게요.

 

저는 국악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악관현악 지휘자로서 왜 대중은 국악관현악에 관심을 갖지 않는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해왔고요. 전통음악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어요. 우리의 전통 음악과 새롭고 다양한 미래 음악을 결합하는 방식을 통해 전통 음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들으시면 '연주하다'의 '플레이'로 받아들이실 것 같아요. 그 뿐 아니라 ‘놀다’ '놀이를 하다'라는 친근한 의미의 'Play(플레이)'와 영상과 음악을 재생할 때의  'Play(플레이)'라는 의미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메타버스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서 'Play Orchestra(플레이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팀 이름 자체가 '보더리스(borderless)'하네요. 

네 그렇죠.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멤버들이 모였습니다. 이런 멤버가 한 팀으로 모인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들인지, 어떻게 모일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미리 공유해주신 사전 질문지 확인하다가, 이 질문에서 조금 웃었어요. 왜냐하면, 사실 어렵지 않았거든요. 함께 하시기로 한 분들 모두 보더리스 공모전의 의미와 제가 하고자하는 마당놀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같이 하자고 하셨어요. 

 

극작가로 참여하시는 최용석님과는 2007년에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함께 제작하면서 인연이 되었어요. 옛 것으로 치부되는 판소리를 대중화하기 위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고요,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판소리 소리꾼이자 작가이십니다.

 

작곡가 장석진님과는 작년에 국악 관현악과 일렉트로닉스 음악 협연을 통해 인연을 맺었어요. 굉장히 혁신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국악과 서양음악, 일렉트로닉스 등이 결합된 혁신적이고 새로운음악을 제작하기 위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 다 오랜 내공을 가지셨고 동시에 과거와 현재 세대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전통 음악에 서양음악만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당놀이, 판소리, 일렉트로닉스 음악에 게임까지 더해지게 되겠네요.

 

네, 그렇죠. 이번엔 게임도요. 다양한 영역과의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전통 음악의 계승 뿐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넥슨에서 ‘게임과 전통예술의 만남’을 주제로 공모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오래 전부터 게임 음악을 주제로 연주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국악 관현악부터 시작해서 음악극, 실제 게임 안에서 펼쳐지는 유저들의 음악회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더라고요. 우선 악단을 창단하고, 기획서를 써서 여기저기 찾아다녀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PLAY ORCHESTRA’를 창단한 참이었어요. 그때 마침 '보더리스 공모전'을 만난 거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어이디어에 구체적인 주제에 대한 고민을 더해 기획서를 제출했어요. '보더리스'라는 주제가 굉장히 파격적인 것 같아요. 그 주제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 예술인들이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넥슨 게임 중 ‘바람의 나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한 게임이 ‘바람의 나라’에요. 친구들과 정말 재미있게 했었어요. 지금도 그때 당시 친구들과 자주 만나요. 만나면 '바람의 나라' 이야기가 꼭 나와요. 친구 중에 한 명이 ‘심한뫼’라는 유명한 유저에요. 그 친구와 같이 게임 하면서 ‘홍랑’이라는 유저하고도 인연이 되었고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최근에 자료조사 하다보니까 지금도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한 유저더라고요. 그들에게 연락해서 스토리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어요. 아무튼 저에게는 '바람의 나라'가 소중한 추억이 담긴 게임이라서, 실제 극을 볼 유저들에게도 공감이 되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전통음악을 전공하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 '바람의 나라'의 매력은, 가장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이라는 거였어요. 이 점이 마당놀이와 굉장히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정말 운명적인 만남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그래서인지 수월하게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바람의 나라' 유저로서 어떠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한창 게임을 하던 시절 '짤'이라고 얘기를 하며 공유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초보사냥터에서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라고 다들 외쳐 본 경험이 있을 거고요. 이런 식으로 유저들이 한번쯤 경험하고 또 알고 있는 일들을 이야기 속에 조금씩 넣어보려고 합니다. 이야기들을 판소리를 중심으로 해서 보여줄 계획이고요, 장비를 파밍하는 방법 등을 소리로 풀어내서 극을 보는 유저들과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극을 준비하시면서 잊고있던 추억들이 끄집어내지기도 하실 것 같아요.

 

네. 추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바람의 나라' 이야기를 해서요. 잊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웃음)

 

그 친구들이 나중에 공연을 보러 온다면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아요.

 

네, 친구들이 꼭 초대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공연을 하게 된다면 전통 음악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많이 오실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이 공연을 통해 어떤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나요? 

 

전통 음악 애호가들보다 게임 유저들이 더 많이 찾아오실 것 같아요. 찾아보니까 예전에 넥슨에서 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도 아예 오케스트라를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많이 왔더라고요. 남성 관객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고요. 저희 공연에도 그런 분들이 많이 올 것 같습니다.

 

우선은 마당놀이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가시면 좋겠고,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미래 음악, 일렉트로닉스 음악, 서양 음악, 그리고 국악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영화 음악처럼 편안하게 공감하며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바람의나라'를 한번도 플레이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공연을 볼텐데요,  '바람의나라'를 경험해보지 못 한 관객들은 어떠한 부분에서 이 공연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현재 극본 초고 작업 중이에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저희 아이디어 중에 하나를 미리 소개하자면,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를 NPC로 설정할 지 아니면 실제 유저로 설정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지 등 결정해야할 부분이 많아서 고민 중이에요. 아무튼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전래동화를 주제로 잡으면 관객들이 좀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아요. 관객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당놀이의 특징을 잘 살려서 최대한 소통하는 방식의 극을 만들고자 해요. 가령, 관객에게 극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거죠. 극이 전개되는 가운데, 스토리가 a로 가느냐 b로 가느냐를 관객이 결정을 하는 거에요. 마치 실제 게임을 하는 것처럼요! 또, 마당놀이에서 시사 풍자가 빠지면 좀 섭섭하죠. 관객들이 재미있어할 과하지 않은 적당한 풍자를 웃음과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게임 유저가 아닌 관객들도 공감할 부분이 많을 거에요. 전통음악 관객과 게임 유저 모두 눈과 귀가 굉장히 만족스러운 음악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차 심사 때, 심사위원들이 '관객과의 소통'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셨던 기억이 나요. 국악오케스트라와 마당놀이가 함께 공연 될텐데요, 어떤 식으로 악단과 배우의 경계를 허물 지 궁금합니다.

 

회의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오고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는 건 악사들도 배역을 맡아 연기에 참여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타악을 전공하는 덩치 큰 악사가 갑자기 소나 도깨비 같은 바람의 나라에 나왔던 몬스터 역할로 등장해 배우와 결투를 한다던 지 하는 요소를 넣으려고 해요. 연주자가 키보드를 치면서 실제 유저 역할을 하며 배우들을 조정하기도 하고요. 지휘자인 저도 상황에 따라 극 중 GM(게임마스터)이 되어서 배우들을 자제시키거나 하는 등의 극적인 연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2차 심사 당일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일단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넥슨이라는 회사에 방문해서 좋았고요. 보통의 전통음악 공모전에 참여하면, 전통음악과 관련된 심사위원을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특별했죠. 다양한 예술 분야의 심사위원들, 무엇보다 게임 관련된 심사위원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좋았고, 호기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그날 심사위원 멘트 중에 기억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마당놀이의 어떤 요소를 활용해 공연을 구성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만족스런 대답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통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은 마당놀이가 무엇인지 아니까 바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닌 분들에겐 제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기회에 마당놀이에 대해 다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당놀이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 음악극 중에서 춤과 노래, 재담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 음악극입니다. 옛날부터 우리 전통음악과 놀이는 마당에서 행해졌고, 그 마당 형태를 가져와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즐길 수 있는 세계에 없는 특징을 가진 극입니다. 해학과 풍자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고, 무엇보다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관객과 즉흥적인 소통을 한다는 점입니다.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눈빛도 보내고 때로는 가까이 다가가고 장난도 치고요. 그런 매력 때문에 저는 이 마당놀이를 꼭 게임과 결합을 해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말씀을 들을 수록 마당놀이와 게임이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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